여우 이야기
제 아버지는 어려서 엄청 두메에 사셨죠. 저도 어릴 적 갔을 적에는 대한민국에 아직 이
런 곳이 있나 싶었습니다.
그래도 현재는 제법 문명적인 마을 느낌이 들더군요. 물론 여느 시골처럼 젊은 사람들
은 다 도회지로 나가서 어른들만 계시지만 그래도 자동차가 들어가니 현대화 많이 되었죠.
하여튼 아버지가 한 너댓살 쯤 되셨을 때입니다,
한 밤 중에 갑자기 눈이 뜨져서요 잠이 안와 뒤적이고 계시는 데, 밖에서 여러 사람이 모
인 떠들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시더군요.
처음엔 조용히 와글거리는 소리더니 점점 커지면서 가까운 곳에서 들리기 시작하셨
다 합니다.
뭔 소린가 싶어 귀 기울이는데 별안간 외양간 소와 돼지가 갑자기 깩깩 거리며 난리났
고..와글거리는 소리 가만히 들어보니 왜 예전 우리나라 상여 소리 있잖아요. 앞 사람
이 '지금가면 언제오나' 어쩌고 창하면 뒷 사람들이 위이 워이 워어야~하는 거..
완전 똑같이 그런 소리내며 방울소리까지 그대로 들렸다 하셨습니다.
왜 가끔은 그런 적 있잖아요. 지금도 상여차가 지나가면 왜 그런지 무서우면서도 시선
이 슬슬 그 쪽으로 향하는...
아버지도 야밤에 하는 장례식 두려우면서도 엄청 구경하고픈 욕망에 나갈려고 하는 찰
나, 언제 오셨는지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방으로 강제로 밀어넣어시고 "니 죽을라꼬 그라
나? 지금 니 간 먹을 준비하고 있다. 정신 차리라" 하시덥니다. 그러고 난 후 뜰에 나가셔
서 밖으로 향해 가라고 당장 호통을 쳐셨죠.
참고로 지금 고인이신 할아버님은 키도 당시에는 엄청 크신 180cm 이시고 마을 씨름 장사
였죠. 형제들이 다 덩치가 있으셔서 마을에서 힘으로는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..
하여튼 할아버님 호통에도 불구하고 여우들 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상여소리 흉내만
커지고..비웃는 듯이...
그 때 마침 이웃 큰할아버지도 일으나셨는지 그 분 소리도 갑자기 들렸다 하시더라구요.
이놈들 안 가면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는 여우 쫓는 호통 소리...
두 분 목소리 정말 장난 아니라서 온 동네가 울릴 정도였다죠. 계속 두 분이서 여우를 호
통치시니 여우들 소리 점점 사그라지면서 조용해 졌다 하셨습니다. 사람이 둘 이상 이러는
걸 판단한 나머지 슬슬 꽁무니 뺀거죠.
예로부터 이 마을에 자주는 아니지만, 아주 가끔 여우가 떼지어 이런식으로 사람 불러내
죽이곤 했답니다. 이 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, 여우들이 목표를 제 아버지로 정한 거라
고 하셨답니다. 아버지께서 여우떼들 사람 흉내내는 소리 첨이자 마지막 들은 거구요.
그래도 어찌 빙울소리까지 똑같이 흉내를 냈는지...
할아버님도 어렸을 적 이 소리를 들은 적이 계셨구요. 그 때도 상여소리...왜 흉내내도
하필 재수없는 장례식 상여 소리 따라했는지...
미리 장례식 해주고 사람 간을 먹으려고 했는 것인지...
직접 여우떼들 본 사람은 마을 누구도 없었다고 합니다. 단지 오래전부터 여우떼들이 간
혹 사람 흉내 내는 거라고 전부터 전해져 오기만 하고...소리가 나면 다음날 여우에게 심장
을 뜯긴 시신이 종종 발견되 여우들일 꺼라고 말들을 했다죠. 이 때는 여우가 사람 잡아먹
으려고 하는 때라는...
하긴 누구라도 직접 나갔다간 완전 홀려 그 자리에서 뜯어 먹힌 시신들을 보고 아!여우구
나.판단했던 것이겠죠.
지금은 마을의 정말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어쩌다 까물까물 하시는 말씀으로 웃으면서
가끔 전설처럼 이야기 하시는데, 왜 그런지 저는 개인적으로 뭔가 아쉽습니다. 발전이라는
것에 따라 사라져가는 전설에 대한 안타까움이라 할까...